중세의 사람들
샤를마뉴 대제 시절 농민들은 기독교로 개종한 지 오래되었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관습을 버리지 못하였다. 농민들은 밭을 갈 때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미신들에게 빌었고 병이 들었을 때 병을 낫게 해달라고 주문을 외웠다. 교회는 그것들을 금지하지 않았고 농민들에게 교회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신성로마제국의 사를마뉴 대제는 827년 “하느님의 법과 돌아가신 부왕의 칙령에 따라” “안식일에는 부역노동을 금한다”는 포고를 내렸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교회의 미사에 참석하여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를 찬양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농민들은 안식일에 “조용히 교회에 갔다가 조용히 집에 돌아오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들은 안식일을 춤추고 노래하며 왁자지껄하게 보내는 관습에 익숙해져 있었다...그들이 춤추는 장소로 선택한 곳은 교회 앞마당이었다. 불행히도 그들이 빙빙 돌며 춤출 때 부르던 노래들은 유서 깊은 오월제 이래 잊히지 않고 대대로 전승된 이교의 노래이거나 교회가 혐오하던 저속한 사랑타령이었다...주교들은 그런 노래와 춤을 누차 금지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는 중세를 거쳐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후의 시대에도 농촌 주민들이 교회마당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9세기 프랑크 농민들은 황제나 교황 같이 “명성이 높은 사람들” 때문에 기독교로 개종하였지만 “우리를 낳아준 선조들”이 믿었던 미신들을 믿고 있었다. 생제르맹의 신성한 수도원 영지에서도 농민들은 밭을 갈기 전에 오래된 주문을 외웠다. “그 주문은 프랑크인이 로마 제국으로 남진하기 한참 전에 자신들의 저주받은 대지를 향해 외치던 노래의 일부, 또는 양봉가들이 발트 해 연안에서 꿀벌을 분봉할 때 행하던 주술의 일부였다. 그 주문은 그리스도교의 영향으로 변질되었지만, 그 이교적 기원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땅을 경작하는 것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영속적인 인간의 노동이었기 때문에, 오래된 신앙과 미신은 그 땅에 밀착되어 있었고, 옛 시들은 집과 거리에서 자취를 감춘 뒤에도 누런 밭고랑 사이를 활보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르미농 수도원장의 영지에서도 농부들은 병든 가축(또는 아픈 자녀들)이 낫기를 바라며, 또는 농작물이 잘 자라기를 바라며 주문을 외웠다.”

교회는 농민들의 신앙과 미신을 금지하지 않았다. 그것들을 기독교화하였다. 교회는 농민들에게 “‘아버지 하늘’ 대신 ‘영원하신 주님’에게, ‘어머니 대지’ 대신 ‘성모 마리아’께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교회는 그 점만 바꾸었을뿐, 농민들이 "조상에게 배운 오래된 주문을 이용하든말든 내버려두었다. 예컨대 꿀벌에게 주술을 걸 때는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힘에 의지하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주문의 마지막에 ‘아멘’을 덧붙이라고” 가르쳤다. 교회는 또한 농민들에게는 교회의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한 주교는 사제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농노 신분인 자가 찾아 왔을 때는 부자들과 동일한 휫수의 금식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는 회개의 표시로 부자들의 절반만 금식하도록 지시하라.’ 교회는 사냥과 음주와 향연을 즐기는 프랑크인 귀족이야 몇 끼쯤 굶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농민이 공복인 채로 하루 종일 쟁기질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일린 파워 지음, 김우영 옮김 <<중세의 사람들>>(2007 이산) | 알라딘 12,700원
by parxisan | 2009/07/27 10:20 | 비정규 | 트랙백(1) | 덧글(2)
디제이, 풋 잇 백 온!
"지역주의, 이념인가 현실인가? 진실은 무엇인가?"

이 기사의 중요한 요지는 지역주의의 실체는 영남과 호남의 갈등이 아나라 반호남주의이며, 반호남주의를 이용하여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얻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경상도, 김대중-전라도 구도에서 당시 집권세력인 박정희 독재정권이 반호남주의를 이용했다. 우리는 지금도 반호남주의를 주변에서 쉽게 마주친다. 특히 경상도사람들이 많겠지만 다른 지역사람들도 모두 '깽깽이'들한테 당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 경험을 따지고 보면 어디서 들은 것이거나 단 한 번의 경험인데도 그들은 그것을 반호남주의로 승화시킨다.

내 생각에는 반호남주의는 반'디제이'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디제이'가 싫은데 그를 '슨상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무리들이 있으니 싸잡아 공격하게 되었다. 삼당합당으로 영삼이가 대통령이 된 일---이것이 이런 일들(http://is.gd/1x6Ou)을 가능하게 한 시발점이 되었다---을 돌이켜보면 반'디제이' 정서의 강력함을 새삼 깨닫는다. 박정희, 전두환 찌그레기들 똥구녕을 핥아도---물론 어떤이들에게는 이것은 참으로 훌륭한 짓일지도 모르지만---무사히 대통령까지 해먹는 판이니 반'디제이' 정서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 '공업용미싱발언'으로 '디제이'를 공격했던 김홍신이 열린우리당으로 간 경우도 독제세력들보다 '디제이'를 더 싫어하는 묘한 정서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도데체 '디제이'가 왜 그토록 싫은가? '그거슨' 보통사람들에게 '디제이'는 곧 '좌빨'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좌빨'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다. 소녀시대의 최신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에서 "디제이, 풋 잇 백 온"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것을 두고 디제이한테 메시지 보내는 것이라며 소녀들도 좌빨이 아니냐는 논리를 펴는 글이 디씨 코겔에 게시된 적이 있다.(http://is.gd/1ylxi)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알게 모르게 지금 어린 세대에게도 반'디제이' 정서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좌빨'='디제이'='슨상님'='깽깽이' => 좃나 싫어. 대놓고 이러면 좀 그러니깐 지역주의 어쩌고. 따라서 우리는 지역주의를 타겟으로 잡으면 안된다. 논리를 허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1전제를 깨는 것이다. '좌빨'에 대한 공포를 없애야 한다. "단무지와 역사의식"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평범한 직장인의 신념도 '좌빨'로 몰리는 곳이 한국이다. 그것을 깨지 않으면 어떠한 정치적 논의도 건설적일 수 없다.
by parxisan | 2009/07/25 15:41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둥근 해가 올라온다.
일어나려고

...

둥근 해가 내려간다.
잠을 자려고

내가 <친구> 다음으로 지은 시다. 중간을 기억할 수 없다. '올라간다'와 '내려간다' 사이에 뭐라고 했을까? 그때도 이것을 두고 고민했을 듯한데 도무지 기억할 수 없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들한테 다른 시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비슷한 시가 정말 있었을까?
by parxisan | 2009/07/24 21:33 | 트랙백 | 덧글(1)
단무지와 역사의식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이과학생들이 문과학생들보다 성적이 좋았다. 문과학생들이 문과를 선택하는 이유는 문과 교과목을 더 잘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부분 수학을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덧셈을 모르면 뺄셈을 못하고 미분을 모르면 적분을 못하는 식이기 때문에 왕년에 조금이라도 놀았던 학생이라면 다른 과목은 벼락치기로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수학은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들은 문과로 갔다. 이과에 있다가 3학년이 되면서 문과로 간 내 단짝 친구도 이과 있을 때는 물어보기만 했는데, 문과 가니까 가르쳐 줄 때도 있다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과대학에 진학해보니 사람들은 공과대학생들을 단무지라고 불렀다. 단순무식하다고.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유식과 무식을 가르는 것은 성적이 아니라는 것을.

제어공학 교수가 특히 우리들을 단무지라고 불렀다. 나는 그게 못마땅했다. 공과대학 교수 주제가 자기 제자들을 단무지라고 부르다니. 게다가 문과대학생들보다 성적도 더 좋은 학생들에게 말이다. 얼마전에 그 교수가 쓴 <<전기회로와 신호>>를 들춰보다가 "서론"이 "태초에 전자가 있었으니..." 하면서 시작하는 것을 발견하고 한참 웃었다. 웃다가 문득 떠오른 것은 그 교수가 항상 역사를 강조하곤 했다는 것이다. 공과대학생에게 "명석판명"한 공식만 가르치면 될 것을 거창하게 "태초에..."까지 써가면서 지금 과학자들이 보면 헛웃음 나오는 좌충우돌 실험들을 왜 가르쳤을까? 왜 그 교수는 공과대학생들을 단무지라 부르며 역사를 강조했을까? 아마도 유식과 무식을 가르는 것은 성적이 아니라 역사의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소년이여, 야망을 버리고 역사책을 읽어라.

강유원 선생님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추천해주셨다. 나는 이 책에 대한 잊지못할 추억이 있다. 평소에 헛소리가 많은 나한테 직장동료가 그런 헛소리는 어디서 봤냐고 물어서 이 책을 빌려주었다. 직장동료는 책을 읽고 나서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고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자기는 좌파라며 불안해했다. 자기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이 한국역사에서는 좌빨로 몰렸다면서. 그러더니 반대편 관점에서 쓴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학교교육과 항상 보고있는 텔레비전을 통해 반대편 관점을 몸으로 익혔기 때문에 굳이 그런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이 책은 '좌빨 출판사' 따위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역사문제연구소에서 나온 균형잡힌 책이다. 오히려 더 급진적인 책을 읽어서 균형을 잡아야 할 판이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049597
http://allestelle.net/resources/2009/06/06/1344
by parxisan | 2009/07/21 18:30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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