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
이반 일리히는 학교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학교란 "특정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며 의무적인 교육과정에 전일제 출석을 요구하는 교사와 관련된 과정"을 말한다. 자율성을 상실하게 하고 상품과 서비스의 온순한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현대산업사회에 비판을 가하고자 함에 있어 일리히가 학교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학교야말로 "유순하고 조작가능한 소비자를 교화시키기 위한 관료체제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를 비롯한 제도들은 우리의 "생활을 이끌어가고 있고, 세계관을 만들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사회 전체가 "'학교화'됨으로 인해 가치보다는 제도의 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의사한테서 치료를 받기만 하면 건강 치료를 받은 것처럼 오해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사회복지사업이 사회생활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경찰의 보호가 안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무력의 균형이 국가의 안전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 자체가 생산활동인 것처럼 오해하게 하고 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가치의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를 밀고 나가면 반드시 물리적인 환경오염, 사회의 분극화,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적 불능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제도들을 좋은 것이라 믿고 있으며 설사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을 개선하려고 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설치하기 때문에 더 파괴적인 것이다.

일리히의 주장은 급진적이다. 1970년에 나온 책임에도 여전히, 아니 지금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게 들릴 만큼 급진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이 가지는 가치는 어떠한 문제에 있어 논의의 대상으로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을 끌어들일 수 있게 해주고, 열렬히 좋은 것이라 또는 옳은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을 의심케 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파기하도록 해준다. 프란츠 카프카는 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컨데 나는 우리를 마구 물어뜯고 쿡쿡 찔러대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만약 읽고 있는 책이 머리통을 내리치는 주먹처럼 우리를 흔들어 깨우지 않는다면 왜 책 읽는 수고를 하느냐 말야? ... 책은 우리 내부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깰 수 있는 도끼여야 해."

이반 일리히 지음 심성보 옮김 <<학교 없는 사회>>(2004 미토) | 알라딘 9,000원
by parxisan | 2006/04/21 00:29 | 비정규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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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으악! at 2009/10/15 01:20

제목 : 학교 없는 사회 (Deschooling Society)
모든 '잘못된 공익사업' 중에서도 가장 교활한 것이 학교다. 고속도로망은 자동차의 수요만을 만들어내지만, 학교는 스펙트럼의 오른쪽 끝에 몰려 있는 현대 제도 전체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낸다. 고속도로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은 낭만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냉혹한이나 제국주의자라는 공격을 받게 된다. (p.125) 제도가 이렇게 부작용이 심했다니 깨닫게 됐다. 제도는 법, 규칙, 관행인......more

Commented by 애기방개 at 2006/04/21 11:46
저도 과연 학교 교육이 필요한 건가. 오히려 부작용이 굉장히 크진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970년에 이미 책으로까지 나왔다니 굉장하네요. 근데 결정적으로 한 개인이 사회 전체을 거스르면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는 참 힘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다들 피곤하고 귀찮은 건 기피하려 하니까. 전 삶이 종료되는 순간까지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생명력이 계속 되길 바라고 있어요.
Commented by parxisan at 2006/04/21 14:12
그 '흐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지는 법이니깐.
Commented by 소미 at 2006/04/24 23:41
형, 씨네21 11주년 기념해서 아무도 모른다 dvd 준대; 으하하하 내일 당장 서점으로 궈궈궈~
Commented by parxisan at 2006/04/25 00:03
ㅇㅋㅂㄹ. 평생 월간잡지만 사보았는데, 드디어 주간잡지를 사보게 되는구나.
Commented by 소미 at 2006/04/25 10:56
ㅋㅋㅋㅋ 형 근데 아무도 모른다 사지 않았나여? 선물 dvd준다는 얘기듣고 형 얼굴 떠오르던데;;; 암튼 서점으로 궈궈궈~
Commented by parxisan at 2006/04/25 20:16
지에스북스에 주문했었는데, 제작사에서 전부 회수해 가서 없다잖아. 디브이디 제작사인 스펙트럼에다 전화해보니깐 3개월 뒤에 업그레이드해서 다시 내놓을 거라고 하더군. 당시에는 코레에다 히로카즈 콜렉숀을 팔아 먹으려고 그러는 갑다 했는데, 지금 보니 이런 일을 벌이려고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느구만.
Commented by 소미 at 2006/04/25 23:41
그래서 그 감독의 다른 영화랑 껴서 파는거 산다고 했던거 같은데; 뭐 아니라니 다햏이네.ㅎ 서울은 나왔다던대, 여긴 아직;;; 내일도 서점으로 궈궈궈~ 3천원이니까 4개사야지;
Commented by parxisan at 2006/04/25 23:57
헉! 나 두 개 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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