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쇼르스케 <<세기말 비엔나>>
1848년 혁명의 실패로 자유주의 정치는 위기를 맞았고, 결국 정치영역에서 밀려나게 되었으며, 그것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치적 무기력은 개인의 본성이라는 문제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과학 이론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직업적 좌절감과 자유주의자들의 정치적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오스트리아 자유주의는 "다른 모든 유럽 국가들의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1848년의 충격적인 패배로 종말을 맞았다. 그 뒤에는 순화된 자유주의자들이 권력을 쥐었고, 1860년대에는 다른 세력들이 거의 기권하다시피한 와중에 입헌 체제를 성립시켰다." 그러나 "그들은 권력을 귀족 정치 및 제국의 관료제와 나눠 가져야 했다." "그들의 사회적 기반은 취약했"기 때문에 "제한적 참정권이라는 비민주적 수단을 통해 의회의 권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농민, 도시 기술자와 노동자, 슬라브족 등이 새로운 사회 그룹이 참정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1880년대에 이런 그룹은 대중 정당을 결성하여 자유주의 헤게모니에 도전했"고, "그들은 빠른 속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1895년에는 자유주의의 보루인 비엔나 자체가 기독교 사회당의 파도에 침몰했다......국가 차원에서도 자유주의자는 1900년 무렵 의회 권력을 상실했고 그 뒤 다시는 되찾지 못한다. 그들은 기독교도, 반유대주의자,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 등 현대의 대중 운동에 의해 분쇄된 것이다." "이 패배에는 깊은 심리적 반항이 따랐다."

"전통적 자유주의 문화의 중심에는 합리적 인간이 있"었다. "자연에 대한 과학적 지배와 자기 자신에 대한 도덕적 통제를 통해 훌륭한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합리적 인간은 "비엔나 자유주의 문화의 정치적 위기" 속에서 "그보다 더 풍부한 내용을 지녔지만 더 위험하고 변덕스러운 존재인 심리적 인간에게 밀려났다." "비엔나의 최고 작가뿐만 아니라 화가와 심리학자, 심지어는 예술사가도 해체되어가는 사회에서 개인의 본성이라는 문제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1870년대 정치학에서 고전적 오스트리아 자유주의에 반대하던 젊은 반항가 그룹", '청년파(Die Jungen)'가 등장했는데, 곧 문학, 회화, 건축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이 "젊은이들의 반항 대상에는 자기들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들이 물려받은 가부장적 문화의 권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이 폭 넓은 전선을 형성하여 공격한 대상은 자신들을 길러낸 고전적 주류 자유주의 체제의 가치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일종의 집단적 오이디푸스적 반항이라는 용어로 규정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것을 과학으로 만들었다.

"1895년의 선거에서 비엔나가 칼 뤼거의 반유대주의에 함락된 것은 유대인이든 이교도이든 자유주의 문화의 신봉자들에게는 지독한 타격이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새로운 세력에 가장 크게 위협받는 그룹인 비엔나 유대인 사회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교수로 임용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꿈의 해석>>으로 프로이트는 교수가 될 수 있었으며 "학계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꿈의 해석>>은 정치적으로 무기력한 "상태를 감내할 수 있게 해주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무역사적 이론"이었다. <<꿈의 해석>>에서 프로이트는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꾼 꿈을 재료로 분석을 진행했다. 그는 "혁명적 꿈"이라는 자신의 꿈에서 "모든 정치는 아버지와 아들 간의 일차적 갈등으로 환원될 수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오이디푸스 신화와 결부시킴으로써 "인류 전체의 유년시절"로 보편화하고 결국 과학으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그 자신의 정치적 과거와 현재를 아버지와 아들 간의 원초적 갈등에 비하면 덧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축소시킴으로써" 정치에서 과학으로 도피한 것이다.

20세기의 자유주의자들과 급진주의자들은 "정치적 기대의 붕괴"에 직면하자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수정했다". 특히 "마르크스에서 프로이트로의 전환만큼 큰 충격을 준 것은 없었다. 이 전환으로 말미암아 인류를 괴롭히는 죄악에 대한 탐구와 이해의 범위가 공적이고 사회학적인 영역에서 사적이고 심리적인 영역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칼 쇼르스케 지음 김병화 옮김 <<세기말 비엔나>>(2006 생각의 나무) |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 30,000원
by parxisan | 2008/06/05 23:27 | 비정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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