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Gee>>
2008년은 촛불소녀! 2009년, 지금은 소녀시대! "힘내!"서 진지를 구축하자!

2008년에 촛불시위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하고 구호를 외쳤다. "국가권력을 둘러싼 투쟁"이었다. 그러나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시위는 대통령의 뇌용량만 확인하고 사그라들었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처럼 현대국가에서는 "혁명적인 이벤트"로 사회를 바꿀 수 없다. "국가는 단지 외곽에 둘러처진 외호에 불과하며 그 뒤에 요새와 보루의 강력한 체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의 시발점이 되었던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던 여중생들의 구호를 기억해보자. 투표권도 없는 여중생들이 요구한 것은 국가권력의 쟁취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변형"이었다. 가정과 학교에서 맞닥뜨리는 일상에서 변화를 요구했다.  2008년은 촛불소녀의 해로 기억해야 했다. 그렇다면 2009년, 지금은 소녀시대!

소녀시대는 연예기획사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에서 슈퍼주니어와 함께 연습생 대방출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데뷔한 대규모 아이돌 소녀 그룹이다. 아이돌은 명절에 어른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춤과 노래가 서툴러도 이쁘기 그지없다. 아이돌 뒤에는 기획사의 돈벌이가 있는 것이 다르지만 이런 식의 설명이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요즘 아이돌의 노래실력은 다른 가수들에 비해 처지지도 않는다. 아이돌은 오랜 연습기간을 버텨낸 엘리트들이다. 소녀들 또한 평균 5년이라는 연습기간을 보냈다고 한다. 소녀시대는 2008년 내내 라이벌 아이돌 소녀 그룹 원더걸스에게 밀리다가 2009년 원더걸스가 미국 진출이라는 삽질을 하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을 말그대로 소녀시대로 만들었다. 나는 핑클 데뷔 앨범 이후 11년만에 아이돌 소녀 그룹의 음반을 사게 되었다.

소녀시대의 첫 번째 미니앨범에서 타이틀 곡 "Gee"가 대박이었다. 다섯 곡이 들어 있는데 "Gee" 이외에는 주목받은 곡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관심을 갖은 곡은 "힘내!"이다. "사람들은 모두 원하지 더 빨리 더 많이 오! 난 평범한 소녀인걸". "세상을 뒤집자"며 소녀들이 외치고 있었다. 나는 이 곡을 듣다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시민사회의 변형"을 위한 혁명전략, 진지전이 떠올랐다. "더 빨리 더 많이", 한방에 뒤집어버릴 듯이 들불처럼 타오르다가 사그라드는 "혁명적 이벤트"가 아니라 천천히 조금씩 이루어지는 진지전 말이다. 군가풍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느니 "힘내!" 불러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행가 가사는 유행가 가사다. 이 곡은 삼성 애니콜 휴대폰 햅틱의 광고음악 "Haptic Motion"을 개사한 곡이니 말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삶 뒤에 버티고 있는 "요새와 보루의 강력한 체제"이다.

소녀시대는 요즘 수도꼭지다. 틀면 나온다. 소녀시대도 촛불소녀처럼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하고 구호를 외쳐야 할 판이지만, 이름부터 가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에스엠은 "힘내!"라면서 소녀들을 굴린다. 6월 25일에 두 번재 미니앨범이 나온다.

소녀시대 <<Gee>>(2009 SM Entertainment) | 와우뮤직 8,500원

http://www.myspace.com/girlsgeneration
by parxisan | 2009/06/23 18:51 | 비주류 | 트랙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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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parxisan's m.. at 2009/06/23 18:56

제목 : parxisan의 생각
“사람들은 모두 원하지 더 빨리 더 많이 오! 난 평범한 소녀인걸” 와우뮤직 8,500원 “힘내!”...more

Tracked from 급진적 생물학자 Rad.. at 2009/07/04 20:34

제목 : 진지해지면 지는거다
내가 무슨 우석훈의 화두 '명랑'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게다가 본격연예블로거로 전환한다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을 위해 이런 글을 써야 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것도 아니다. 왜 진지해지면 지는가를 좀 설명해보기 위해서 글을 쓴다. 쿨게이들의 가벼운 드립질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내가, '진지해지면 지는거다'라고 말한다는 건 '진지해지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진지해지면 진다'라는 말은 '진지해지지 않으면 이긴다'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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